함양의 농월정은 화림동계곡에 자리한 정자문화를 대표하는 정자로 조선 선조 때의 학자 지족당 박명부(1571∼1639)가 1637년 지은 정자이다. 그는 병자호란때 남한산성에서 강화를 반대한 척화파의 한 사람으로 끝내 치욕적인 강화가 이루어지자 벼슬을 버리고 물러나 여기 농월정을 짓고 은거하였다. 옆 동네 원학동의 동계정온과 한길을 간 것이다.
농월정 뒤로 안산 황석산 봉우리가 도열해있다.
화재로 소실되기 전(2003년 이전) 농월정
후손박윤복後孫朴潤福 상목相穆 이직以稙 동승東陞 상근相根 성기聖箕 상봉相鳳 병기炳箕
▶농월정弄月亭 辛未(1631)
로방수식별구유路傍誰識別區幽 길 곁에 그윽한 별천지가 있는 줄 누가 알리
산약반회수약류山若盤回水若留 산은 구비 구비 도는 듯 물은 멈춰 있는 듯
영체지당징갱만暎砌池塘澄更滿 섬돌을 비추이는 월연의 물 맑고도 그득하고
박창람취권환부撲窓嵐翠捲還浮 창에 드리운 푸른 남기 걷혔다 비췄다 하네
아기부온전호구兒飢不慍饘糊口 손이 이르러 천장에 머리가 부딪힌들 저어하랴
막도산인무사업莫道散人無事業 하는 일 없는 한가한 사람이라 말하지 마소
만전구학역풍류晩專邱壑亦風流 늘그막에 산골짝을 차지한 것 또한 풍류라오
지족당知足堂 박명부
농월정에서 상류로 50여미터 올라가면 화림동이라는 초서 석각과 함께 박명부의 시가 새겨있고 지족당장구지소知足堂杖屨之所라 새긴 석각이 있다. 후손 박윤복의 이름이 새겨진 것으로 보아 먼 후대에 후손에 의해 새겨진 것 같다. 박명부가 화림동으로 들어오며 지은 시가 바위에 새겨져 다행이라 생각하고 생전에 지은 농월정은 화재로 소실되었지만 바위에 새긴 시는 오랜 세월 화림동과 함께 하고 있다. 후손 박윤복이 쓴 것으로 보이는 화림동 석각이 화려하면서도 은은하게 새겨있다. 초서체로 힘 있게 돌려나간 대형글씨는 수려하면서도 바위 치며 내려오는 계곡물의 힘찬 물결을 보는것 같아 시원가기만 하다. 어느 각수가 바위에 새겼는지 보이지 않지만 붓끝의 미세한 갈라짐까지 표현하여 글씨의 생동감을 더해준다.
농월정이라는 이름은 '달을 희롱한다'는 뜻으로 계곡을 비추는 밝은 달을 즐기며 살겠다는 음풍농월吟風弄月의 뜻이 담겨있다. 농월정 앞 너럭바위 반석에는 위와 같은 모양의 물속 그림자들이 있다. 마치 달이 희롱하는지……달을 희롱하는지 모를 기이한 모양의 형상들. 농월정만의 정취이다.
지족당장구지소知足堂杖屨之所 지족당이 지팡이 집고 산책하던 곳
영북嶺北농월정弄月亭
여석불마如石不磨(돌과 같이 닳지 않기를)
장찬수 이서열 하경수 하경출 차우진 안병수 강호극
농월정이 있는 너럭바위 위에는 세월의 풍파에 달아져 버린 석각이 눈에 띈다. 계곡 한복판 반석위에는 화림동花林洞 이라는 석각과 박명부의 후손이 쓴 7언절구 차운시가 새겨있다.
화림동 농월정을 방문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볼 수 있고 음미할 수 있는 석각은 수승대에서는 볼수 없는 크기와 규모를 자랑하며 글씨가 보여주는 석각미石刻美역시 뛰어나다.
박명부의 시를 차운次韻하면 1행류留 2행부浮 두頭 4행류流가 된다.
화림동벽경전유花林洞闢境全幽 화림동이 시작되는 온전히 그윽한 곳에
오조당년장구류吾祖堂年杖屨留 우리 선조께선 지팡이에 짚신신고 노니셨네
피세환산운공숙避世還山雲共宿 세속을 피해 산으로 물러나 구름과 함께자니
우군도해월공부憂君蹈海月空浮 근심은 바다에 침잠되고 달은 허공에 떠있네.
간송세모생금어澗松歲暮生琴語 골짜기의 소나무는 해가다해 거문고로 나고
석전풍마험간두石篆風磨驗竿頭 돌위에 쓴 글씨 바람에 갈리어 위태롭네
부앙정미인모상俯仰亭楣因慕像 정자의 처마를 굽어보고 올려보는것은 그리운 모습때문이니
방명천고출진류芳名千古出塵流 꽃다운 이름 세속을 벗어나 천고에 전하리
사손응환근차嗣孫應煥謹次 (1906 고종43)
*인터넷 블러그에 선각자께서 2021년 10월에 올려주신 내용을 빌려옵니다. 5년을 찾았해멧는데...
화림동
화림동
지족당장구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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