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윤필암 – 비구니 스님 수행 선원 ② 도림 법전스님 득력처 묘적암 순례
윤필암 – 비구니 스님 수행 선원
도림 법전스님 득력처 묘적암
도림 법전스님 대승사 묘적암 시절
내가 젊어서 공부한 경험당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내가 33세 때(1957년) 일입니다. 우스운 것을 보아도 우습지도 않고 좋은 것을 봐도 좋은줄 모르겠고 늘 밥 먹고 체한 것 같이 가슴이 어뭉하고 뭔가 걸린 듯이 시원찮고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세월을 보내서는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나는 문경 대승사로 혼자 공부를 떠나야겠다고 결심을 하였습니다. 묘적암에 들어가보니 쌀이 한 두어가마니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랫마을 전두리라는 곳에 칠성계원이 50여명이 이 암자의 신도라고 했습니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이렇게 시간만 보내다가는 안되겠다 싶어서 내가 저 쌀이 다 떨어지기 전에 공부를 마치든지 결과가 시원한 꼴이 안나면 죽든지 둘중에 하나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칠성계원이고 뭐고 일체 출입을 못하도록 문을 잠구어 버렸습니다. 내가 산에 갈 때나 문을 열지 그 외는 아무도 문을 열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혼자 살면서 밥을 하루에 세끼 씩 해먹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귀찮은 것도 귀찮은 일이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공부할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밥을 한 다섯되쯤 해놓고 양동이에다가 퍼서 방구석에 두고 그 옆에는 김치단지를 하나 같다놓았습니다. 그리고 양재기와 숟가락을 갖다놓았습니다. 겨울인지라 찬밥을 양재기에 떠서 김치조각 하나 놓고 대충 먹고는 우물가에서 찬물 한모금 먹는게 공양의 전부였습니다. 양재기고 수저고 일체 씻지도 않았습니다. 더럽느니 깨끗하니 하는 것도 다 쓸데없는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죽을 사람이니 얼굴을 씻고 말고도 할 것이 없었습니다. 발도 안씻고 방안 소지도 안하고 마지 올리는 종 등 일체 의식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나무는 하루에 한짐씩 운동삼아 했습니다. 나무도 생나무를 베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산판하고 남은 등걸만 톱질해서 모아 부엌에 가득 채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은 냉기만 가시게 하는 정도로 불은 조금만 때었습니다. 더우면 게으른 생각을 내기 때문입니다. 이불도 베게도 다 없애 버렸습니다. 이렇게 하기를 한 삼개월 이상 살았습니다. 그 아래 윤필암에 비구니 스님들이 살고 있었는데 ‘내가 혼자 살고 있으니 혹 무슨 일이 있으면 종을 칠 테니까 그 때는 한번 올라와달라’고 부탁을 해놓은 터 였습니다. 석달이상 청소를 하지않은지라 아침에 해가 뜰 때는 앉은 자리에서 보면 윗목에 쌓인 먼지가 눈이 살짝 온 것 같았습니다. 포행한 곳은 눈내린데 발자국이 새겨진 것 같이 보였습니다. 얼굴을 석달이상 씻지 않아도 씻고 분粉 바른 사람이나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밥그릇을 씻지않고 그대로 먹어도 더럽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위생이니 병균이니 하는 것도 아무 소용없는 소리였습니다. 발도 씻지 않았고 그저 눈을 뜨면 얼굴 한번 손으로 부비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한번은 한밤중에 윤필암에서 비구니 스님들 한 무리가 들이 닥쳤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더니 ‘종소리가 나길래 무슨 일이 있는줄 알고 왔다’는 것이였습니다. 나는 종을 친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치만 나는 그 때 순두부를 아주 좋아 했습니다. 그 스님들이 올라 오면서 순두부를 5되짜리 커다란 차관에다가 가득 담아서 가져온 것이였습니다. 그래서 한 사발 맛있게 먹고난 뒤 그 나머지를 방 위쪽 구석의 삼각탁자 위에다가 두었습니다. 겨울인데다가 방에 불을 적게 넣어 상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윤필암 스님들은 내려갔고 나는 또 좌복위에 앉았습니다. 얼마나 지났는지 하루는 그 차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순두부 생각이 나길래 한사발 먹을려고 다가가서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미 곰팡이가 새까맣게 나버린 뒤 였습니다. 겨울이고 또 방이 차가운지라 몇날이 지났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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